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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8호(재창간호) (2010)

격려사 ; 학생주도형으로 재창간되는 <공익과 인권> / 한인섭

 

8호 격려사.pdf

학생주도형으로 재창간되는 <공익과 인권>


한 인 섭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공익인권법센터 소장

여기 1년여의 논의와 준비를 거쳐 <공익과 인권> 제8호(통권)를 낸다. 이번 호는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가 기왕에 내던 <공익과 인권>을 연속하면서도, 그 편집주체와 내용 면에서 완전히 ‘재창간’이라 할 만한 질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공익과 인권에 관심을 가진 교수 중심으로부터, 공익과 인권에 특별한 정열을 가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의 학생들이 편집주체가 된 새로운 저널로서 쇄신하게 된다.

2007년도에 로스쿨을 준비하면서,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은 로스쿨 일반에 요청되는 전문적 법학교육을 충실히 실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동시에 서울대의 위상에 걸맞는 일정한 부분을 특성화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국제법무, 기업금융과 함께 공익인권 분야를 서울대의 장래를 위한 특성화 분야로 선택하였다. 우리 대학이 ‘공익인권법’을 내건 ‘센터’를 전국에서 최초로 출범시켰고, <공익과 인권>을 반년간으로 발간했으며, <공익과 인권> 총서를 10여 권 간행해왔던 점 등을 바탕으로 삼아, 앞으로 공익과 인권의 사명에 투철한 인재의 육성에 힘쓰겠다는 다짐이 하나의 컨센서스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09년에 입학한 첫 로스쿨 학생들이 스스로 <인권법학회>를 출범시켜 활발한 활동을 해온 것은 당연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인권법학회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문적 열정을 집약하는 저널을 발간하기를 갈망하였다. 로스쿨의 학생들이 로저널을 간행하는 것은 로스쿨의 원형을 만들어낸 미국 로스쿨의 주요한 전통이기도 하기에, 우리 교수들로서는 내심 그러한 로저널이 학생 주도로 만들어지기를 기다려오기도 했다.

로스쿨의 새로운 저널은 두 가지 모델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학생들이 외부의 원고를 투고 받고, 그것을 심사하고 편집 과정에 관여하면서, 선정된 논문들에 대해 꼼꼼한 리뷰를 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은 많은 논문들을 접하며, 본문과 각주에 대한 치밀한 검증에 참여하고 이를 보조함으로써, 자신의 학문적 수준을 높이고 주요한 법적 쟁점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미국 로스쿨의 주요한 로저널이 그런 모델을 취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는 바와 같다. 그것의 장점 또한 적지 않음은, 미국의 유수한 법률가들이 로저널의 편집진이었음을 경력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형태가 하나의 뚜렷한 모델이더라도, 새로 출범하는 한국 로스쿨에서 그것을 곧바로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인 면이 있다. 로저널에 다투어 투고할 만큼의 명성이 쌓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구성원들의 노력이 더욱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한국의 로스쿨이 미래지향적 도달점을 높이 잡으면서도 과정과정에 한땀 한땀의 정성을 쏟아야 하듯이, 로스쿨의 로저널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새로운 전통을 지금부터 쌓아올리겠다는 자세로 임할 수도 있다. 우선은 학생들이 창간호를 만들고, 열심히 집필과 편집에 참여하여 저널 자체의 수준을 높임을 통해, 장차 다른 수준 높은 글을 유인하는 계기로 삼자는 결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권법학회 학생들은 바로 후자의 모델을 취하기로 하였다. 스스로 편집진을 선발하고, 특집 주제와 일반논문에 대해 여러 차례의 자체 토론을 거쳐가면서 내용 하나하나를 자신들의 땀과 노력으로 채워가려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그러한 학생들의 자발성과 문제의식은 참으로 대견하고도 소중하다.

다만 공익인권에 관심을 갖는 교수들로서는 학생들의 시행착오를 그래도 좀 줄여줄 방법은 없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자발적 의지는 좋으나 과정에서 너무 힘들지는 않도록 필요한 도움을 줄 길이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차원에서 논의한 결과, 센터의 공식 저널인 <공익과 인권>이란 제호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자는 데 의견이 합치되었다. 학생들은 이 요청을 잘 받아주었다. 이렇게 하여 제8호는 학생주도형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공익인권법센터는 그 소요비용을 지원하고, 교수들은 학생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필요한 자문에 응할 생각이다. 이번 호를 내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교수들 사이에 오간 여러 차례의 대화를 통해 우리 교수들은 학생들의 자세와 역량에 대한 충분한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

저널의 편집과 내용을 어떻게 채워가는지는 전적으로 인권법학회 <공익과 인권> 편집진 학생들의 몫이다. 내용 면에서 학생들이 원고의 대부분을 썼고, 기획과 편집, 교열 하나하나를 학생들이 전담하였다. <공익과 인권>답게 시각장애인의 경우 책의 파일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점자로 알려주는 세밀함이 고맙다.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이 변함없는 열성을 갖고 <공익과 인권>을 적어도 연 1회 이상 발간하며, 그를 통해 공익・인권 마인드를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집필과 편집에서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도 문호를 완전히 여는 개방적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들이 이 잡지를 가꾸면서 앞으로 공익・인권에의 전문성과 헌신성을 결합시키는 새로운 법률가상으로 한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