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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9호 (2011)

발간사 ; 국경을 넘어서는 인권법 담론의 허브를 향한 두 번째 발걸음 / 송영훈, 손익찬

 

9호 발간사.pdf

 

국경을 넘어서는 인권법 담론의 허브를 향한 두 번째 발걸음

송영훈・손익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 학회장

지난해 발간한 재창간호에 이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와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가 공동으로 발간하는 <공익과 인권>으로는 두 번째 책(통권 제9호)을 펴낸다. 책을 세상에 내놓는 마음가짐은 항상 살얼음판을 밟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이미 서가 수백 개는 채우고 남을 만큼의 법학 서적과 학술지들이 나와 있지만 그 중 책꽂이의 개수를 늘리는 데에만 기여했을 뿐이라는 평가를 받는 책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10편의 글이 실린 지난 호에 비해 게재되는 글의 개수가 16편으로 대폭 늘어나 한층 두꺼워진 이번 호를 내면서는 더욱 저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호 <공익과 인권>은 단순히 양적인 확대를 지향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공익과 인권> 투고규정 제2조는 투고 자격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공익과 인권>에는 누구나 원고를 보낼 수 있다. 원고의 게재 여부는 오직 내용의 적합성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인권에 관한 많은 선언과 문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이 ‘누구나’라는 표현에 <공익과 인권>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법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자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그 누구도 학위나 지위, 혹은 국적을 이유로 법학 논의의 장을 걸어잠글 수는 없다. 이는 법과 법학이란 입법부나 사법부, 혹은 이를 논평하는 학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전제 위에서 출발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호 <공익과 인권>은 매우 다양한 필자들의 인권과 법에 대한 고민과 담론을 모으는 장이 되고자 하였다 . <공익과 인권>은 이미 지난 호에서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의 학회원들 외에도 한국, 일본, 대만의 판사와 법학자의 글, 그리고 인권운동가와의 대담을 게재한 바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의 글 외에도 국내외의 연구자, 법학교수, 변호사들로 필진을 다양하게 구성하였다. 이들 중에는 멀리 브라질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분도 있다. 한편으로 이번 호는 법학을 전공한 적이 없는 필자의 글도 수록하였다. 일견 파격적일 수 있겠으나 기성 법학지에서는 보기 드문,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필자들의 사고를 아우르면서, 올해의 <공익과 인권>은 그 시야도 전지구적으로 넓히고자 하였다. 이주 여성,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브라질의 볼사 파밀리아 프로그램 등에 관한 글이 이를 반영한다. 혹자는 최근 수 년간 국내적으로도 인권법적인 이슈가 급증하고 있는 마당에 한가한 고담준론( )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인권의 문제는 본래 국경을 초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노동법상 파견과 도급의 구별 법리에 관한 글에서도 보듯이 그러한 전지구적 시각을 가질 때라야 국내 인권 문제 해결의 시사점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앞으로도 <공익과 인권>은 국경을 넘어서는 인권법 담론의 허브가 되기 위하여 더욱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작게는 인권법학회부터 학교, 학계,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공익과 인권에 관한 법적 쟁점에 대하여 논할 수 있는 가장 활발한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의 소신이다. 물론 그러한 신념은 스스로를 가장 낮출 줄 아는 겸손에 바탕을 두고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법학도서관의 서가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서적들을 보며 책 한 권 펴낸 것으로 교만해져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긴다. 책의 두께만큼 늘어난 것은 우리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책임이라는 낮은 마음으로 이 책을 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