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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12호 (2012)

판례평석 ; 인권의 적극적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 - 일본군 위안부 위헌 결정(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6헌마788 결정)을 중심으로 / 강민구, 김하영, 문영찬, 배정훈, 오현정, 장윤호, 정지..

 

12-10-강민구,김하영,문영찬,배정훈,오현정,장윤호,정지원(2012)-판례평석 ; 인권의 적극적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 - 일본군 위안부 위헌 결정(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6헌마788 결정)을 중.pdf

■ 국문초록 ■
이 글은 확장된 판례평석의 성격을 가진다. 이는 해당 판례와 다른 판례들 및 학설 그리고 사회와의 관계까지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판례평석의 기본 형식과 내용을 염두에 두면서도, 그 법 판단의 전후를 둘러싼 법리적 확장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 8개 항목 청구권에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후 입법조치에 의한 보상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 국민의 개인적 청구권을 협정문에 기재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포기’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고, 나아가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포기‘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한일청구권협정의 조문에서는 청구권의 구체적 성격을 정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추후의 관행과 교섭기록에 의하여 이를 규정할 수밖에 없다. 한일 양국은 협정 과정에서 청구권 부분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없었고, 추후 양국 정부의 관행과 교섭 당시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해석할 때 개인의 청구권 부분은 협정의 내용에서 배제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국제법적 관행들에 따르면 개인의 청구권은 국가 간 교섭에 의하여 소멸될 수는 없고 국가에 의해 포기되더라도 존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개인의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소멸되지 않았다고 봄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존속하는 개인의 권리를 국가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보호할 의무가 있는지가 문제된다. 샌드라 프레드먼의 견해에 따르면, 자유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포괄하는 것이고, 사회와 국가가 자유를 신장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들을 근거로 도출된 새로운 인권 개념은 국가의 자기 억제 의무가 아니라 국가가 져야 할 적극적 의무를 강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사건 결정은 기본권에 대한 시각 전환과 국가 의무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청구인들이 ‘위안부’로서 당한 기본권 침해의 성격과 원인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행정부작위 헌법소원의 적법 요건으로서 ‘구체적 청구권’이 반드시 요구되는지에 관한 문제 역시, 이러한 적극적 관점에 따라 부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비록 법령에 의해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에게 명시적으로 권리가 부여되어 있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인권의 개념에 걸맞게 공동체의 체계를 구성하고 유지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가 국가기관, 특히 국가의 조직과 구성을 다루는 기본법인 헌법의 실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헌법재판소에게 이미 부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교적 재량행위에서의 작위의무가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그 재량권의 행사 범위는 침해되는 기본권의 중대성 내지 절박성 등을 고려할 때 축소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에 국가가 외교행위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아니할 재량’까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위안부’ 피해 생존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이 사건 결정 인용보충의견은 절차와 틀을 강조한 샌드라 프레드먼의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인에게 직접 기본권실현을 국가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인용보충의견의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국가배상법상 국가배상청구권으로 구체화해본다고 할 때,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다.

* 주제어 : 일본군 ‘위안부’, 한일청구권협정, 부작위위헌헌법소원의 적법요건, 샌드라 프레드먼, 2006헌마766, 기본권보호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