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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12호 (2012)

격려사 / 한인섭

 

12호 격려사.pdf

격려사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익인권법센터장

이번 <공익과 인권> 제12호는 학생주도의 편집체제로 전환하고 세 번째로 펴내는 것이다.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참여교수들 사이에 로스쿨 시대를 맞아, 저널의 편집권을 학생들에게 넘겨줄 것인가에 대해 약간의 논의가 있었다. 교수-학생 공동편집으로 하는 과도기를 일단 거친 다음, 완전히 학생주도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는 신중론이 당연히 제기되었다. 그러나 우리 교수들은 학생들이 전적으로 주도할 때, 창의적 의욕이 솟아나고 책임감이 확보되어 저널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과연 지난 두 권의 저널은 우리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다. 대외적으로 공익인권 관련 모임에 갈 때, 나는 가끔 이 저널을 들고가서 나눠주곤 한다. 잠깐 살펴봐도 로스쿨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이번 제12호는 로스쿨을 졸업한 첫 변호사들이 사회로 진출한 뒤 처음 나오는 점에서 의미가 더 깊다. 로스쿨의 경과 자체가 거대한 실험의 도상에 있기에, 로스쿨 1기생의 진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상업적 압력이 압도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공익인권의 특성화가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까 하는 여러 의문에 대해, 1기생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새내기 변호사들과 재학생들과의 흥미있는 만남이 본호에 실려 있다. 그러한 만남이 앞으로 더욱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공익인권을 지향하는 학생들이 쓴 글에는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한다. 논문의 필자가 한명이 아니라 하나의 팀이라는 점이다. 제주4 3 현장연구를 추진한 10명의 학생들의 글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글에서 몇 명의 학생들이 함께 집필하고 있다. 서로의 지식과 강점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높이자는 고려도 있지만, 취급된 법적 주제들이 여러 학생들의 치열한 준비와 열띤 담론의 과정에서 생성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권법학회는 거의 매주 착실한 토론회를 끌어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주제들이 발표-토론되고 있다. 때문에 하나의 글에는 필자들의 노력 뿐 아니라 학회원들의 집단적 토론이 뒷받침되어 있다.

하나하나의 글은 모두 우리의 법현실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인권침해의 현장을 답사함으로써 생생한 문제의식을 더하기도 한다. 기존의 법률과 법해석이 구체적 한계상황에서 하나의 장애물처럼 느껴질 때 그것을 돌파하고자 하는 새로운 법리의 모색이 두드러진다. ‘공익과 인권’의 주제에 걸맞게, 주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려는 문제의식으로 충만하다. 주제선택 및 내용, 접근방법에서 기존의 많은 법률저널들이 기간호와 별 다를바 없는 신간호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음과 비교해볼 때, 학생들이 주도하는 <공익과 인권>은 늘 새로운 주제, 내용, 방법론으로 차 있다. 소장 법률가의 치열하고 진지한 도전은, 기성 법조와 법학에 대한 도전임과 동시에, 우리의 법의 장래를 향한 멋진 청사진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욱 바라기는, ‘공익과 인권’을 추구하는 전국의 법학도가 함께하는 그러한 저널로 발전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센터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최선을 다해 도울 마음이다.

공익과 인권을 탐구하고 고민하는 학생들과 만나는 것은 교수로서 더없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로스쿨의 빡빡한 학사일정 속에서도 이번 호를 결실해낸 공수진 편집장, 황지택 총무를 비롯한 15명의 편집위원 학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