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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12호 (2012)

편집장의 말 ; 법의 언어를 넘어서 / 공수진

 

12호 편집장의 말.pdf

 

법의 언어를 넘어서

공수진
<공익과 인권> 편집장

<공익과 인권> 제12호의 교열작업이 한창인 요즘, 저는 ‘편집장의 말’ 집필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려면 <공익과 인권>이 애초에 추구하였던 목표들을 달성하여 왔는지 되돌아보는 다소 낯간지러운 자기비판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몇 주의 꾸물거림 끝에, 드디어 ‘편집장의 말’에 부여된 그 의무를 수행하려고 합니다. 올해 펴내는 <공익과 인권>은 법의 언어에서 출발하지만 그 언어를 넘어서려 노력하는 젊은 법학도 법률가 법학자들의 시도를 담아냈다고 자평합니다.

이번 제12호를 준비하면서 <공익과 인권> 편집위원회는 모종의 책임감을 느껴왔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학생주도형의 편집을 시작한지 3년이 되었고, 외부적으로는 법학전문대학원이 첫 졸업생을 배출하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편집위원들은 <공익과 인권>이 지속가능하면서도 참신한 학술지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고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었던 편집위원회 회의에서 원고 모집 및 선정 기준을 정하면서 구체화되었고, 편집위원들은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공익과 인권>이 공익지향성 인권감수성에 기반을 둔 글, 상상력과 독창적인 접근을 담은 글, 시대적 고민을 반영한 글, 논리적 완결성이 있는 학술적인 글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고민 끝에 <공익과 인권> 제12호를 펴냅니다. ‘현장연구’는 이번 <공익과 인권>에서 처음으로 소개됩니다. 구술사 증언연구를 위하여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10여명의 인원이 공동작업을 펼쳤다는 점에서 독립적인 코너에 배치하였고, 논문에 미처 드러나지 않는 현장연구의 과정과 인상을 소개하기 위하여 후기를 추가하였습니다. 특집I ‘법과 주체의 조명’은 전형적 법해석학에서 벗어나, 법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주체와 그로 인해 형성되어 가는 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편 특집II ‘난민법 제정의 의미와 과제’는 국제인권 분야의 당면 과제 중 하나인 난민의 법적 사회적 보호를 시민사회와 학계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일반논문, 판례평석 및 후기에서는 꾸준한 공동작업의 결실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전 호와 마찬가지로 인권법학회 내 소모임이 풍성하고 독창적인 글을 생산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한편 야심차게 기획되었으나 무산된 글들에 대해서도 한 단락을 할애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연초에 편집위원회는 ‘법과 주체의 조명’과 ‘법학전문대학원 내 공익인권 교육’이라는 두 가지 특집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후자는 첫 졸업생이 배출된 시점에서 공익인권 법률가를 양성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취지가 지켜지고 있는지 검토하기 위하여 계획되었습니다. 이는 ‘공익인권’을 특성화 중 하나로 내세웠던 본교의 현황을 조사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 하에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펼쳐가고 있는 다른 학교의 사례를 소개하며, 공익인권 분야에 도전한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편집위원회 내외의 사정으로 인하여 앞의 두 기획들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고, 다만 졸업생들의 이야기가 ‘법학전문대학원 1기, 공익인권분야에 도전하다’는 제목의 대담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실태를 포착하고 검토할 여유조차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공익인권교육의 순탄하지만은 않은 현황에 대한 반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완성되어 게재된 글과 무산된 글 모두 필연적으로 법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그 지향은 법의 언어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익과 인권>에 게재된 글들의 연구방법 및 주제는 실정법이 현실을 거칠게 포섭하는 과정에서 희생되거나 변형된, 따라서 법의 언어가 차마 담아내지 못하는 바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공익인권 교육에 관한 글들을 준비하면서 편집위원들은 법의 언어가 모든 것을 담아내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오만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젊은 법학도 법률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법의 언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한편 그 너머의 것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담아, <공익과 인권> 제12호를 선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익과 인권> 제12호의 출간을 돕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