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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13호 (2013)

편집장의 말 ; 세상의 뻔한 소리들에게 / 김재원


13호 편집장의 말.pdf


세상의 뻔한 소리들에게

김재원

공익과 인권 제13호 편집장


“그대 꿈을 가져라 희망을 품어라 한때는 맘을 울리는 말

부당한 것들에 분노해 싸워라 모두 아는 당연한 말

마음을 울렸던 감동적인 말은 이젠 공허한 소리가 된다

당연해도 좋았을 아름다운 말은 모두 뻔한 소리가 된다

뻔뻔한 세상에 부딪혀 모두 뻔한 소리가 된다

이젠 아무도 듣지 않아 그저 한때의 꿈이 된다”


학부 시절 활동했던 노래패의 한 후배가 쓴 <세상의 뻔한 소리들에게>라는 제목의 노

래에 붙은 노랫말입니다. ‘꿈을 가져라, 희망을 품어라, 분노하라, 싸우라’, 모두가 아는

당연한 말들이지만, 엄혹한 세월에 질리고 피곤한 일상에 지쳐 그 모든 말들이 결국에는

‘한때’ 맘을 울리는 말이 돼버리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가 그 말 좋은

걸 몰라서 꿈과 희망을 접어두고, 분노하기 보다는 외면하며 살겠습니까.

사실 법조(法曹)라고 해서 다를 리가 없습니다. ‘공익’과 ‘인권’이라는 단어가, ‘조영

래’라는 이름이 한 번쯤은 법학도의 초심에 스쳐 지나갈 법도 한데, 지금 여기의 우리 법

조는 그 단어들과 그 이름에 ‘그저 한때의 뻔한 소리’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지는 않은가

요. 세상의 뻔한 소리들에 균열을 내는 것, 그것이 이제 갓 법 공부를 시작한 법학전문대

학원생들이 학생주도형으로 펴내고 있는 공익과 인권 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생각했습

니다. ‘기성’의 옷을 입는 순간 할 수 없게 될 과감한 접근과 통렬한 비판을 지향하고자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이번 제13호는 공익인권 법무 분야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특집을 마련했

습니다. 법조의 일원으로서 공익인권 법무 분야에 무관심한 법조의 현실을, 법학전문대학

원생으로서 공익인권 법무 교육에 무관심한 법학전문대학원의 현실을 비틀어보는 기획

을 준비했습니다. 적지 않은 수의 예비법조인들이 소위 ‘공익변호사’를 꿈꾸고 희망한다

고 하지만 정작 할 수 있는 일과 갈 수 있는 곳은 부족한 한국 법조의 현실, 법학전문대

학원에서 공익인권 법무 분야에 대한 교육이 충실하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태, 그리

고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찾기 위하여 눈 돌려 본 타국의 강연 내용 등을 독자 여러

분께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특집을 준비하며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런 글들이 국내에서

는 거의 기획되었던 적이 없다는 점에 저희 편집위원들은 많이 놀랐습니다. 정말 이젠

아무도 듣지 않아 그저 한때의 꿈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여기 실린 글들이 이 조용한 무관심 상태에 대한 균열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위 기획 이외에도, 올해에도 역시 좋은 글들을 많이 싣고자 노력했습니다. 올해에는

특히 법학전문대학원생들, 심지어 아직 학사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투고가 많았다는

점이 뜻 깊습니다. 그 덕분에 통신자료제공제도와 정보인권, 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헌

법재판제도의 개선, 재중 탈북자의 보호, 북한이탈주민의 병역면제 등 다채로운 결의 글

들을 일반논문으로서 이번 호에 실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UN 인권이사회의 국

가별 인권상황정기검토(UPR)에의 대응에 관여했던 참여연대 백가윤 님의 기고 글이나

법학전문대학원생으로서 국제노동기구(ILO)에서의 인턴십을 했던 이소민 님의 후기 글

을 통해서, 지금 여기의 현실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얻을 수 있는 생생함을 이번 호에

더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주도형 저널’과 같은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다채로운 활동이 언제까지 가능할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법학전문대학원의 학습 환경에는 먹구름이 끼어 가고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학사관리 엄정화, 예비시험 도입

시도, 변호사시험 합격률 통제 등의 이슈들이 나날이 소속 학생들의 마음을 힘겹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와중에 여러모로 ‘보장’되는 것이 많지 않은 공익과 인권에 대

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진 적이 수도 없었습니다. 지금이 아니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졸업만 하고 나면 다시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갈 수 있지 우회로를 찾

아보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고민이라는 생각 하나만 붙잡고 지난

10개월을 달려왔습니다. 많은 이들의 고민과 한숨 속에 결실을 맺은 공익과 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