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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15호 (2015)

낙태 범죄화와 여성 섹슈얼리티 통제 / 이연우

15-04-이연우(2015)-낙태 범죄화와 여성 섹슈얼리티 통제.pdf


낙태 범죄화와 여성 섹슈얼리티 통제

- '낙태죄 합헌결정'(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10헌바402 결정)에 부쳐


이연우


국문초록


    「형법269조 이하가 규정하는 낙태죄는 원칙적으로 초기 낙태를 임신 후반부의 낙태와 차별하지 않고 처벌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낙태죄 처벌을 면하게 해주는 모자보건법상 허용사유를 보아도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불가피한 낙태는 임신 주차수와 상관없이 허용되지 않는다. 비교법적으로 볼 때 이는 많은 국가가 임신 초기 12주까지는 사회경제적 이유나 임부의 요청에 의해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이러한 과잉형벌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낙태율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하여 높은 편이다. 반면 실제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문화(死文化)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입법단계에서도 논란을 낳았듯이 현재와 같은 낙태죄 규정은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현실과 괴리가 큰 법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대부분 낙태죄의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낙태 범죄화와 낙태 반대는 엄연히 다른 문제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혼동한다. 낙태죄의 유지에 반대하는 이들도 낙태율 감소를 원한다. 그러나 자기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낙태율 감소의 실익 없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하고, 남성중심사회의 여성에 대한 통제권만을 강화할 뿐이다. 현행 형법상 자기낙태죄에 있어 남성 파트너는 처벌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파트너는 모자보건법상 허용사유의 해당하는 낙태에 있어 동의권을 갖는데, 이는 다시 말해 우리 법제상 남성은 낙태에 있어 원천적으로 죄는 없고 자신의 를 보전할 권리는 철저하게 보호받는다는 말이다. 이러한 동의는 심지어 임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도 요구된다.

    결국 존속하는 낙태죄 규정은 남성 파트너로 하여금 낙태를 한 여성 파트너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들 뿐더러, 낙태를 하지 않은 여성들도 이 문제에 있어 죄인의 위치에 놓이게 해 전체적으로 한 사회의 남성에 의한 여성의 섹슈얼리티 통제 권력을 강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성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권, 삶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결정권,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권리 등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게 된다. 이에 이 글은 현행 낙태죄가 어떻게 위헌적인지를 설명하고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결정에 대한 반박), 또한 이러한 낙태죄의 존속이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주제어 : 낙태, 낙태죄, 형법269, 2010헌바402, 모자보건법, 비범죄화, 자기결정권, 생명권, 섹슈얼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