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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9호 (2011)

기본권의 관점에서 바라본 ‘과거청산 특별법’ - 2010년 7월에서 2011년 6월까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중심으로 / 배정훈, 장윤호, 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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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과거청산’의 내용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고 명백한 것이 되기 어렵고, 많은 경우 치열한 정치적 투쟁이 벌어지곤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권침탈시기와 군부독재정권 치하의 과거사라는 청산 대상이 이중으로 중첩되어 있다. 해방 직후 반민특위를 중심으로 한 과거청산 시도가 실패한 이후 정부 차원의 과거청산은 미완의 과제로 줄곧 미뤄져야만 했다. 민주화 이후 과거청산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국회에서 일련의 ‘과거청산 특별법’을 제정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과거청산 담론은 칠레,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과 유사하게 피해자 격인 진보 진영과 가해자와 연계성을 가지는 보수 진영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사법심사의 영역에서 ‘과거청산 특별법’에 대한 ‘기본권 보호의 항변’이 제기될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의 문제에 주목하여, 지난 1년 간의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 살펴보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2조 등 위헌소원(2008헌바141)에서 다수의견은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라 할지라도 예외적으로는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7호 등 위헌소원(2008헌바111) 및 동법 제9호 위헌제청(2007헌가23)에서 헌법재판소는 당해 법률에 따른 명예권 제한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른 적법한 기본권 제한으로 보아 헌법에 합치한다고 판단하였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대상으로 한 위헌소원(2009헌마146, 2009헌마147)에서 다수의견은 제주4・3위원회의 희생자 결정행위가 명예권의 ‘직접적인 법적 침해’를 야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의 자기관련성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결정행위는 기본권에 대한 ‘사실적, 간접적 제한’일지라도 ‘실체법적인 기본권 제한’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사건 다수의견의 역사적 사실에 관한 평가와 명예권 사이의 관계에 대한 해석론에서는 논리적인 비약이 발견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본안판단에 들어가 구체적으로 해당 청구인들의 명예가 침해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과거청산의 당위와 기본권항변 간의 형량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헌법재판소는 친일재산귀속법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는 진정소급입법이라는 중대한 기본권 제한까지 인정하면서 과거청산의 당위에 힘을 실어주는 반면, 제주4・3사건 특별법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는 기본권 제한에 대한 본안판단을 ‘회피’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과거청산 문제는 현재 일어나는 갈등의 투영이기도 하지만, 과거로부터 반성의 지점을 찾아내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발판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기억 투쟁’을 둘러싼 사법심사에서도 본안 판단을 통해 입법목적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기본권 제한의 정당화가 가능한 것인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 주제어 : 과거청산, 사법심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기억 투쟁, 재산권, 진정소급입법, 명예권, 자기관련성, 자기관련성 심사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