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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15호 (2015)

격려사 / 양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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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공익과 인권>15호 출간 격려사  

 

 

양현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무덥던 계절이 지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어느새 공익과 인권 15호 출간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아마도 공익과 인권의 출간을 위해 흘린 땀으로 지난 여름이 더 무더웠던 것 같습니다. 인권법학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고민과 분투를 하느라고 지난 여름이 더욱 더 궂은 날들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던 만큼 이번 호는 더더욱 산뜻하고, 풍성하고, 무지개 색깔을 띠고 있습니다.

이번 15호에는 일반 논문 6, 현장 취재 논문 2, 번역 1,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한 비평 4편 등 모두 13편의 작업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반논문으로는 공직선거법상 연령에 의한 공무담임권 제한의 위헌성 검토,” “점자형 선거공보 규정을 통해 본 시각장애선거인의 선거정보접근권 보장 문제,” “집회현장에서 경찰 채증활동에 대한 기본권적 문제제기,” “낙태죄 범죄화와 여성 섹슈알러티 통제,” “통계학적 관점에서 본 집단적 유해물질 사건에서의 인과관계 법리에 관한 연구,” “부당해고 피해자의 임금 채권 보장과 같은 주제의 글들이 실렸습니다. 이 논문들은 주로 기본권 문제를 다루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지 대법원의 판결을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직자 피선거인의 연령 규정이라든가 시각장애인의 선거정보접근권, 시위현장에서의 경찰 채증활동, 형법상 낙태죄가 미치는 여성성의 통제효과, ‘담배소송에서 나타난 인과관계 법리 등과 같이 우리사회의 현안과 법률적 사안을 적절히 연결짓는 매력적인 논의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해당 판결 내지 결정을 다시금 음미할 수 있을 뿐더러 우리사회의 선거, 장애, 집회, 젠더, 환경 등에 걸쳐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뒤의 두 논문들은 법리에 대해 통계학적 관점을 채용한다든지 부당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채권보장을 위해 임금 상당액의 해석과 같은 방법론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법적 판결에 있어서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 같은 다른 학문의 연구방법을 채용하여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고자 하는 방법론적 논의가 활발해져가는 요즈음, 이와 같은 시도는 법연구 및 법실무에 의미심장한 방향타를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호의 또 다른 특징은 현장취재라는 섹션에도 있습니다. “2015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근로환경 관련 법제 연구,” “김포 비도시 계획관리 지역의 환경 부정의 사례와 해소방안이라는 두 편의 논문이 현장취재로 실려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임금·노동시간 뿐 아니라 주거 및 건강·안전 등과 같은 근로환경을 현장에서 관찰하고 이를 고용허가제와 같은 관련 법제와의 관련성 속에서 평가한다든지 김포의 특정지역의 난개발과 환경 부정의의 양상을 밝히고 있으며 이상의 문제점들에 대한 해소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법률가들에게 참여관찰, 현장연구 등과 같은 경험적 조사연구의 의미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인권에 관심을 가진 법률가들에게 현장성에 입각하려는 자세는 매우 소중하다고 보입니다.

이외에도 표현의 자유의 한계라는 번역[원문은 일본 시즈오카대학 인문사회과학부 법학부 고타니 준코(小谷順子) 교수의 저술]이 실려 있습니다. 이 글은 주로 혐오표현행위를 현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번역 작업은 하나의 창작임에도 그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므로 번역의 의의를 충분히 짚어주고 번역작업을 보다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례를 고찰하는 섹션 역시 흥미롭습니다. 이번 호에는 반복되는 정신보건시설 인권침해, 무너지는 자유·안전·자기결정권,”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이야기되는 자리를 바라며,” “노란 리본을 달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조사 중 피의자의 메모행위와 피의자의 자기방어 보장과 같은 네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다양한 국가기관 및 학교기관 등에 의한 인권침해 및 사인간의 차별사건 등이 다루어지는 바, 우리사회의 인권문제에 있어 또 하나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권위의 결정사례를 고찰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인권 현장의 상황을 공유할 수 있고 인권 옹호의 논리를 보다 탄탄하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신장되리라 믿습니다.

이상과 같이 이번 호의 내용은 매우 견실하고 다양합니다. 특히 기본권팀, 이주인권팀과 같이 인권법학회내의 소모임연구팀의 공동연구도 눈에 띕니다. 이외에도 앞서 살펴 본 통계학적 관점,’ 번역작업 등에서 공동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공동연구는 연구 및 집필과정에서 많은 토론과 조율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연구 못지않은 (또는 다소 다른) 노력을 들여야 하는 지난한 작업입니다. 모두 뿔뿔이 지내기 쉬운 개인화된 시대에 이런 공동연구의 출현은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보다 넓게 보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의 󰡔공익과 인권󰡕 자체가 하나의 공동연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쁜 학교생활 중에도 교내외 연사를 초청하여 포럼을 개최하고, 매주 한 차례씩 세미나를 진행하며, 소모임을 통해 다양한 인권과 공익의 관심사를 교류하고 공유하는 등의 인권법학회의 활동의 주요 결과물인 󰡔공익과 인권󰡕 역시 공동작업이라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외에서 법학교육과 법률가 양성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요즈음, 이상과 같은 󰡔공익과 인권󰡕의 출간은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입니다.

󰡔공익과 인권󰡕은 공익과 인권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을 발견·연구해 왔으며, 방법론적으로 법과 사회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접근방법을 모색해 왔고,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를 검토하고 현장 연구를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기고자에 있어서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구성원으로 제한하지 않습니다. 󰡔공익과 인권󰡕은 공익과 인권이라는 주제가 한국의 법학교육 및 연구에 있어 어떠한 제도 도입에도 흔들이지 않는 기본적인 관심사 내지 원칙으로 이미 구축되었고 이를 위해 많은 구성원들이 다양한 실험들을 이미 수행해 왔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인권법학회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