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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18호(2018)

격려사 / 양현아

by 공익과 인권 2018. 10. 4.

18_00_양현아_격려사.pdf

 

2018년 <공익과 인권> 제18호 출간 격려사
 

양 현 아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먼저, 2018년 9월 <공익과 인권> 제18호를 출간해 낸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인권법학회 구성원들 그리고 귀중한 학술지에 글이 게재된 저자들에게 축하의 마음을 보냅니다. 본 호에는 총 여덟 편의 논문과 한 편의 서평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게재될 글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점들을 몇 가지 적어보면서 격려사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먼저, 본고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다양하고 새롭습니다. 본 호는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희귀 질환과 업무 간의 인과관계를 다룬 논문(권준희),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형사면책 범위의 확대 역사를 고찰한 논문(김선수), 한국전쟁기 부역자 처벌과 재심 사건을 다룬 논문(김윤경),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성전환 내지 성확정)을 위한 의료의 건강보험 보장의 필요성을 다룬 논문(박한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의 법적 쟁점들을 다룬 논문(이은경), 한국의 성 소수자 난민 불인정과 관련한 현황 및 문제점을 다룬 논문(이주은), ‘생계유지능력’이라는 난민 인정자의 일반귀화 요건에 대한 비판적 고찰(전수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각하 판결과 판결 지연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 사법부의 판결 회피에 대한 법철학적 분석을 시도한 논문(최효재), 독일의 사회 철학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의 ‘물화’ 개념에 비추어 인권침해와 물화된 인간을 주제로 한 서평(윤호연)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싣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파업권, 한국전쟁기의 부역자 처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과 같이 다양한 인권 의제가 다루어지고 있고, 법철학, 법사회학 등과 같은 접근방법이 제시되어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트랜스젠더 주제에 관한 논문이 한 편, 그리고 이 주제와 연관성을 가진 글을 포함하여 난민에 관한 논문 두 편이 실렸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비용부담 및 당사자들의 건강권이라는 근거에서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transition) 의료를 의료보험지원 대상으로 제안하고 있는 이 논문은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어온 성 소수자 이슈를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 한국은 아시아에서 단일법으로 난민법이 만들어진 최초의 국가이면서도 실제 난민 인정 규칙에서는 많이 뒤처져 있다는 점을 난민 관련 논문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본 호에서는 한국전쟁 시기의 부역자라든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같이 역사적 부정의(injustice)에 대한 법의 개입에 대한 글들이 있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글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회복(reparation)이 정치적 타협이나 인도적 배려가 아닌 민사적 배상으로 가능하며 또 그래야 한다는 것을 논하고 있습니다.

 

  철도노동자들의 오랜 파업의 역사와 이에 대한 법원의 전향적 태도를 다룬 역사적 고찰로 보이는 김선수 대법관님의 글도 대작(大作)입니다. 이 글 이외에도 이번 <공익과 인권> 제18호에는 긴 호흡을 가지고 논문을 작성하였다는 의미에서 여러 ‘대작들’이 보입니다. 가령,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비교적 최근에 나타났던 판결 지연이나 판결 각하 사례들에 관해서 법철학적 고찰을 시도한 논문은 그 주제도 그러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 방법도 참신하여 주목됩니다. 흔히 정치적 거래로 간주하여온 이러한 사법 현상을 법철학의 견지에서는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법철학의 시각에서 어떤 가능성과 한계가 있는지 독자들은 이 논문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관하여, 삼성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재해와 업무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법원 해석의 변화를 법사회학적 견지에서 고찰한 논문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주목됩니다. 실정법 해석뿐 아니라 역학조사와 같은 사실 측정에서의 태도 변화, 이에 따라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보다 완화된 기준으로의 이행 등에 관한 복합적 분석이 눈에 띕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대항지식’이야말로 우리 <공익과 인권>이 지향해야 할 지식의 성격을 간명하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일부를 살펴봅니다.

 

  “노동환경과 질병과의 인과성을 둘러싼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기 위해서는 ‘대항지식’이 필요했다. 이는 의학지식, 과학지식, 법률지식, 사회과학지식 등을 두루 포함하는 혼성적인 성격을 지니는데, 질병을 둘러싸고 다양한 전문지식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개인적인 질병 경험과 노동과정을 제보 받은 시민단체는 이를 과학적 언어로 전환하기 위해 의사와 과학자 집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노무사와 변호사 등의 전문가 집단은 법적·제도적 영역의 형식으로 이를 재배열했다. 사회운동가들은 제도 영역에서 배제된 노동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에서, 국회에서, 정부기관에서 지속적으로 투쟁했다.”(권준희, 이 책 30면).

 

  시민사회 활동가, 노동자, 전문가, 국제연대체 등과 같은 다양한 주체들이 연대하고 소통하여 형성한 대항지식이란 다양한 전문지식을 자원하는 지식의 복합체인 것으로 사료됩니다. <공익과 인권>이 앞으로도 치열한 지성으로 우리사회의 인권 증진의 견인차가 되어 줄 대항지식의 산실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지난여름 이 귀한 글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하기 위해서 편집자들, 필자들 그리고 인권법학회의 모든 구성원들 수고 많이 하였습니다. 인권법학회 그리고 법학전문대학원의 모든 학생들이 더욱 분발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