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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제18호(2018)

산업재해로서 반도체 공장 노동자 희귀질환의 법적 인정 / 권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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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로서 반도체 공장 노동자 희귀질환의 법적 인정

: 대항적 지식 생산과 승인의 법사회학

 

권준희

 

국문초록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산업재해 인정 투쟁은 2017년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기존의 제도적 절차에서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원고인 노동자에게 입증책임이 과도하게 부여되었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있어 역학조사가 한계를 지니고 있었으며, 관련 연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소극적 태도로 인하여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2017년 대법원 판결은 기존의 업무상 재해 인정의 난점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갑작스레 등장한 것이 아니라 유사한 사안에 관한 하급심 판례가 쌓임에 따라 등장할 수 있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대법원 판례에 앞서 최초로 난소암,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희귀질환을 전향적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중요 판례를 선정하고 살펴보았다. 대상판결 들은 의학적 인과관계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희귀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는데, 판결문의 논리는 개별 사안에 대한 사실적 판단과 법적 판단이 교차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한편, 대상판결들이 제시한 역학조사의 한계, 상당인과관계의 증명기준 완화, 입증책임의 완화 등의 논리는 재판부에 의해 전적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다. 이는 지난 10여 년간 직업병 인정 투쟁을 벌여온 시민단체, 산업 종사자, 전문가, 국제적 연대 등 사회 각계에서 꾸준히 주장하고 새로이 생산한 대항지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더불어 제도적 기관으로서 법원이 종전과 달리 능동적 역할을 통해 해당 지식을 법적으로 승인하였고, 이후 고용노동부 및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심사 및 절차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 희귀질환의 법적 인정은 새로운 대항지식의 생산과 승인을 통해 변화가 추동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기존의 법적 절차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장된 사회적 언어가 다시 법이라는 매개체를 거쳐 수용됨으로써 기존의 권리와 의무는 재정립되었다. 이처럼 우리가 마주한 변화의 결과는 법과 사회의 대화로부터 비롯됐음을 말하고자 한다.

 

주제어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업무상 질병, 입증책임, 역학조사, 상당인과관계, 반도체 노동자, 도버트 기준, 역학적 인과관계, 법적 인과관계, 법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