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과 인권> 제16호를 발간하며
김이안·유현정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 학회장
떨리는 마음으로, <공익과 인권> 제16호를 펴냅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가 공동발간주체로 참여하여 내어놓는 일곱 번째 책입니다.
<공익과 인권>은 2004년,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에 의하여 창간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수많은 법학 학술지들 가운데 공익·인권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술지는 전무하였기에, <공익과 인권>이 우리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 <공익과 인권>은 학생주도형의 학술지로 거듭났습니다. 현재, 책의 기획에서부터 원고의 모집과 선정, 편집·교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인권법학회 내 ‘공익과 인권 편집위원회’ 학생들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빡빡한 커리큘럼을 소화해야 하는 학생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편집 작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7년째 우리는 매해 한 권씩의 책을 꼬박꼬박 세상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심보선 시인은 ‘슬픔의 진화’에서, “내 언어에는 세계가 빠져 있다/그것을 나는 어젯밤 깨달았다/내 방에는 조용한 책상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나의 언어에 ‘세계’가 빠져 있음을 불현듯 깨닫는 밤을 상상하면, 가슴이 선득해집니다. 우리가 ‘공익’과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원고를 모아 책을 내기 위해 일 년 내 바지런을 떠는 것은, 그러한 밤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을 공부하는 우리는, 우리의 언어에 내가 발 딛고 있는 ‘세계’, 나와 연대하고 있는 ‘타인’이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개인이 갖게 된 새로운 생각이, 다른 많은 개인들을 설득하면 ‘이념’이 되고 ‘제도’가 됩니다. 공익·인권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전문가와 활동가, 학생들은 <공익과 인권>에 자신의 고민을 담은 원고를 투고해왔고, 독자들은 <공익과 인권>을 읽으며 저자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해왔습니다. 우리들 낱낱의 삶은 주어진 세계 속에 수동적으로 ‘놓여져’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읽는 텍스트(text)는 우리 삶이 가로놓여진 콘텍스트(context)에 파동을 일으킵니다. <공익과 인권>이, 새로운 사회적 맥락을 창출해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공익과 인권> 읽기 (재창간 이후) > 제16호(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여성이란 무엇인가 / 박규회 (0) | 2018.01.09 |
---|---|
노동법에게 인권을 묻다 / 류문호 (0) | 2018.01.09 |
대한민국 체류 난민의 취업 실태 연구 / 김시정・김지은・신주영・이병호・전효빈・최보경 (0) | 2018.01.09 |
편집장의 말 / 이종준 (0) | 2018.01.09 |
격려사 / 조국 (0) | 2018.01.09 |